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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경제

관리자 2015-01-26 14:19:29 조회수 1,474

<전문가 컬럼>

http://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335

 

자연과 제철음식의 위대함



신년 달력을 볼 때마다 늘 절기를 눈 여겨 살피곤 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입춘(立春)이 코앞이다. 올해는 24일이다. 24절기 중 맨 먼저 시작되는 절기가 입춘이어서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입춘은 봄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일종의 예고편인 셈이라서 더 기다려지곤 한다. 농사가 업()이었던 옛 시절에는 그래서 입춘이 더욱 각별했던 듯하다.

입춘 다음의 절기는 우수(雨水)인데, 올해는 우수가 설날과 같은 날이다. 어쩌면 설날에 봄비가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우수가 지나면 경칩(驚蟄)이 연이어 온다. 대충 이맘때면 봄비가 계곡의 얼음을 녹이고, 겨울잠에 빠져있던 개구리가 튀어나와 봄날을 열게 된다. 신통한 것은 이러한 자연 예감이 어김없이 절기 속에 녹아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절기를 잘 활용하면 다가올 계절을 살피고 대비해서 맞이할 수 있고, 당연히 계절을 만끽하며 다음 계절을 준비할 수 있다. 꼭 농사일만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는 방법

 

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24절기는 사계절의 특징을 세분화하여 계절의 순환과 자연현상을 절묘하게 표현해놓은 우주의 법칙이자 진리를 담아놓은 그릇이다. 그리고 그 그릇 속에는 절기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음식도 담겨 있다.

 

절기별 음식에 대한 예찬

당장 입춘이 지나고 나면 언 땅을 비집고 나온 달래, 냉이와 뽀얀 쑥들이 봄을 밀어 올릴 터이고, 봄나물로 국도 끓이고 무침도 하고 떡도 만들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식탁은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부추와 미나리를 무쳐 먹으면 겨울과 함께 잠자고 있던 신체 기능을 일깨워줘서 소화를 원활케 하고 춘곤증도 없애준다. 이런 식단이 건강식의 표본이다. 바로 제철음식의 위력이기도 하다.

여름이 오면 다른 계절보다 해가 길어 활동시간도 길어지고, 무더위로 인한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고 체력이 쉽게 떨어진다. 영계백숙, 삼계탕, 보신탕, 장어구이, 추어탕, 메기탕 같은 제철음식으로 우리 몸을 보해줘야 한다. 오이, 호박, 하지감자, 가지 등 여름철 채소를 이용해서 생채도 만들고 햇 밀가루로 만든 칼 국수나 수제비에 감자와 호박을 숭숭 썰어 넣기만 해도 여름의 기운을 잔뜩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제철음식을 챙겨먹는 일만으로도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 없이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다.

가을에는 결실의 계절답게 먹을거리가 참으로 풍성하다. 이때는 버섯도 많이 나와 어떤 버섯이든 국도 전골도 볶음도 무침도 가능하고, 전이나 적으로 부치면 가을 향기까지 담을 수 있다. 누렇게 익은 늙은 호박을 켜서 빨랫줄에 넣어 서리를 맞추면 겨울을 준비하는 호박고지가 되고, 호박죽과 호박떡도 여름에 지친 체력을 보강하고 건강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는 위대한 제철음식 중 하나이다.

겨울이라고 제철음식이 없겠는가. 배추, , 배추고리, 고구마 등을 땅에 묻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된장을 넣고 끓인 국이나, 뼈를 푹 고아 끓인 곰탕에 맛있는 가을무로 담근 깍두기 무김치를 곁들이면 이만한 겨울 보양식이 따로 없다. 가을볕에 말린 박고지, 호박고지, 호박순, 고구마순, 무말랭이 등과 취나물 같은 봄날의 산채를 말려 둔 묵은 나물에 들기름을 돌려 볶거나 무쳐놓은 나물 반찬은 위대함을 넘어 경이롭지 않은가!

자연에 순응하는 음식

우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다양한 제철음식을 누리며 사는 행운을 얻은 민족이다. 계절적 완벽함이 생활의 지혜와 건강까지 얹어준 셈이다. 해마다 사계절의 기운을 골고루 받은 우리 신체는 대대로 자연의 위대함과 제철음식의 경이로움에 충분히 길들여지면서 건강한 체질로 다져진다. 이처럼 소중한 우리의 몸이 자신도 모르게 현대문명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많이도 다치고 망가져가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면서 그때마다의 제철음식으로 건강도 챙기고 제철음식의 맛과 낭만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