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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관리자 2015-09-18 14:10:33 조회수 1,238

하우스 막걸리시대를 엽시다



우리도 내년부터는 한식당이나 골목 어귀의 백반집에서 그 집주인이 손수 빚은 전통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정부가 전통주 육성을 위해 소규모 전통 주류를 제조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 재정부가 이러한 내용이 포함된 '2015년 세법 개정안' 입법 예고를 끝내고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이른바 '하우스 막걸리' 시대를 여는 신호탄인 셈이다. 가을에는 '국산 와인 독립선언' 이벤트도 준비 중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그동안 '하우스 맥주가 대세'라거나 '독일의 바이젠 비어에 넋을 잃었다'는 등의 기사를 볼 때마다 우울했는데 이제는 우리 전통주도 그 대열에 동참하게 돼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법을 개정해 잃어버린 우리의 전통주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 한동안 막걸리가 붐을 일으켰다곤 하지만, 전통주 육성이나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제는 전통주와 전통 음식이 어우러져 상생하며 새로운 음식 문화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음식의 꽃은 술'이라고 했다. 서양 와인과 함께하는 치즈와 스테이크, 일본 사케와 어울리는 스시와 사시미, 독일 맥주에 어울리는 소시지가 있듯이 우리나라에도 우리 술과 어울리는 전통 음식이 있다. 우리가 양식집에서 스테이크를 주문하면 와인을 추천하고, 일식집에서 스시와 사시미를 시키면 사케를 권한다. 그렇다면 우리도 전국 어디서든지 한식당에서 갈비구이나 불고기 등을 시키면 그 음식에 맞는 그 집만의 독특한 술을 권하는 게 맞다. 그래야 그 지방의 음식과 술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술도가(막걸리 제조장)가 전국 15만여 곳에 이르던 1907, 조선통감부에서 주세법을 제정하면서 누대로 전해오던 전통주가 잠적하기 시작해 결국 전통주 대부분의 맥이 끊어졌다. 이제 그 유구한 역사를 다시 이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 막걸리를 시작으로 약주, 청주를 비롯해 이들을 증류한 전통 소주나 갖가지 풍미를 자랑하는 수많은 가양주는 그 상상력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진귀하다. 이런 각양각색 전통주가 살아나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년 9월이면 어김없이 정기국회가 열리지만, 이렇게 관심이 쏠리기는 오랜만이다. 100년을 기다린 보람이 이번 정기국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