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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관리자 2014-07-03 14:35:24 조회수 1,424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가서 불고기-갈비 조리법 배워 오래요 



'오바마의 셰프' 샘 카스 씨는 "가을부터 미국 모든 학교에서 정크 푸드 판매가 제한된다

건강한 음식을 찾기에 앞서 건강한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드디어 불고기에 대해 궁금했던 모든 걸 배웠다. 어서 돌아가 대통령에게 만들어줘야겠다. 내가 주방 비웠다고 또 햄버거 가게로 달려갈지 모르니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요리사 샘 카스 씨(34)가 주한 미국대사관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돕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대통령 가족의 식사와 국빈만찬을 전담하는 백악관 상주 셰프는 그를 포함해 6. 카스 씨는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직접 영입한 '동네 동생'이다. 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가슴에 독수리 휘장을 수놓은 조리복 차림이었다.


 

"시카고 토박이다. 대학 졸업 후 친구를 통해 요리를 대접할 기회가 생기면서 오바마와 가까워졌다. 2007년 선거운동 때 집을 자주 비우게 된 미셸의 요청으로 한 주에 두세 번 그들의 두 딸을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 백악관 뜰에 텃밭을 만들고 영양정책 자문을 맡게 된 건 그때 미셸과 나눈 대화의 결과물이다."

 

야구선수 출신이라 들었다. 요리사로 변신한 사연이 궁금하다.

"대학 때 '메이저리그는 못 가겠구나' 결론을 내렸다. 시카고대에 역사학 전공으로 편입한 뒤 음식을 테마 삼아 여행을 떠났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였지 요리사가 될 작정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 때 그곳 요리에 매혹됐다. '아는 분의 남편의 삼촌의 대학동창의 아들'을 연줄 삼아 스타 셰프 크리스티안 돔시츠의 주방에 들어갔다. 무보수로 1년 일하며 수련했다. 한동안 시카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 '아베크'에서도 일했다."

대통령이 바뀌면 백악관 요리사를 교체하는 게 관례인가.

"아니다. 내가 특별한 사례다. 백악관은 대통령의 ''이다. 격식 차리는 레스토랑과는 요구사항이 다르다. 대통령이라고 매일 고급 요리를 먹는 게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장 걸치고 고급스럽게 차려 먹는 식탁을 즐기지 않는다. 간편하게 만든 가정식을 가장 좋아한다. 내 요리가 그런 취향에 맞았던 것 같다."

 

한국 음식 조리법을 배워 오라고 대통령이 요청했다던데.

"오바마는 불고기와 갈비를 정말 사랑한다. 어제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찾아가 눈을 새로 떴다. 김치는 물론이고 한국 전통음식은 하나하나 놀랍도록 훌륭하다. 어젯밤에는 혼자 광장시장에 찾아가서 육회랑 흑돼지 삼겹살구이를 사 먹었다. 늦은 시간인데 여기저기 길게 줄을 서 있더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가서 급식도 먹어봤다고 들었다.

"미셸을 도와 학교급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내 주요 업무다. 어제 먹은 급식은 평균적인 미국 학교 급식보다 영양 면에서 월등했다. 학교 안에 주방을 마련한 게 인상적이다. 미국에는 주방을 갖춘 학교가 드물다. 냉동음식을 데워주는 급식이 일반적이다. 비빔밥, 수박, 감자수프 모두 맛도 좋아 싹싹 다 비웠다."

 

이렇게 열심히 연구해서 차려놨는데 대통령이 햄버거 사 먹으러 나가면 기분 나쁘지 않나.

"내가 메인요리 당번인 날에는 그런 적이 없다. 하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