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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경제

2015-10-12 14:09:49 조회수 37

<전문가 컬럼>

http://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319

 

음식에 메시지 담은 지혜의 보고,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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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조선시대 600년 전통의례(儀禮)’를 주제로 한 의례문화축제를 열면서 의례라는 것이 결코 단순한 통과의례(通過儀禮)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우리 민족은 지역마다 풍습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이 태어나 죽기까지 거치게 되는 인생의 마디마다 그 각별함을 담은 의례를 치르곤 했다.

때로는 기념이 되고, 때로는 절차가 되기도 하고, 또 각성이 되기도 하는 의식인 만큼 통과의례보다는 일생의례(一生儀禮)’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어느 민족이든 이러한 의례가 있기 마련인데 지금도 조선시대의 풍습을 근간으로 한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았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지방마다 의례 방법 달라도 뜻은 하나

 

첫 돌은 만 1년이 된 아이를 축하해주는 의례다. 돌상차림에 올라가는 음식의 종류는 남아나 여아가 차이가 없지만 상에 올리는 돌잡이 물건들은 확연히 달랐다.

사내아이 돌상에는 활과 화살, 지필묵과 두루마리종이, 천자문책이 오르고, 여식아이의 돌상에는 청·홍 비단 실과 바늘, 골무, 가위와 자, 언문책이 올랐다. 남아는 장군도 되고 장원급제를 하라는 염원이, 여아는 공부보다는 집에서 살림을 배우고 바느질을 잘하라는 조선시대 어른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관례와 계례는 15~20세 때 행하는 의례로 남자에게는 상투를 틀어 갓을 씌워 관례(冠禮)라 하고, 여자에게는 쪽을 지고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으로 계례(笄禮)라 했다. 관례상과 계례상 차림에는 주((() 3가지 음식을 올린다.

혼례상차림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조선후기에는 기본 음식 외에 밤, 대추, 달떡을 올렸다. 회갑상차림은 큰상에 떡과 한과를 기본으로 밤·대추··호두·은행 등의 견과류와 과일 등을 홀수로 높이 고여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염원하는 자식들의 마음을 담았다.

제례는 돌아가신 조상을 마치 살아계신 듯 모시는 것을 최고의 ()’로 여겼던 의식이다. 제례상차림에는 규칙이 있는데 이를 진설(陳設)’이라 한다. 진설법은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좌포우혜(左脯右醯), 건좌습우(乾左濕右), 생동숙서(生東熟西), 조율시이(棗栗柹梨) 혹은 홍동백서(紅東白西)로 놓되, 음식의 수는 양()의 수인 홀수로 올린다.

 

어른들의 몫은 자랑스런 문화유산 지키기

 

이런 대표적인 의례들은 누대를 거치며 소중히 지켜온 전통문화이자 우리의 모습이다. 특히 의례상차림에는 음식을 통해 간절한 소망과 복을 빌고 또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나누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음식으로 메시지를 담아내는 지혜의 보고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것은 핵가족 중심의 현대사회가 되면서 많은 부분 퇴색되고 훼손돼 그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가 되어도 의례를 챙겨줄 어른이 없고 맞벌이 부부의 일상이 의례를 소홀히 하게 된다. 돌상이나 회갑상이 케이크나 피자로 변했고, 관례와 계례는 서양풍의 성인식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렇다고 우리의 문화유산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가볍거나 왜곡된 모습으로 변질되는 것보다는 간소하면서도 의례의 본래 뜻을 잘 살리는 모습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지금 어른들의 몫이 있다면 이런 의례들을 어린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익히고 따르도록 앞장서는 일이 아닐까 싶다. 면면히 이어져온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