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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원
Institute of Traditional Korean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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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미 선생님

관리자 2019-10-14 14:10:39 조회수 1,759


음식은 열정이고 마음이다


내고향 강화도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저멀리 아름다운 추억이 아른거린다. 맑고 청량한 서해 해풍과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서 생산되어지는 채소와 곡식 과일 모두 품질도 좋지만 맛도 좋다역사의 아픈 기억의 땅이기도 하지만 그 아픈 역사를 위로라도 해주듯 강화도는 산해진미가 모두 모여 있는 곳이다.

중고등학교를 다닐 무렵 강화도에는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 지역은 산업화가 한창이었지만 바다를 생계삼아 살아가는 어부들이 대부분인 강화도에서 하루 세 끼를 다 먹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부자에 속할 만큼 가난한 이웃들이 많았다. 넉넉한 마음이 담겨 있던 어머니의 도시락은 내게 늘 자랑이었다. 형편의 어려운 친구들의 도시락을 따로 챙겨주시곤 했는데, 알록달록 수를 놓은 듯 예쁘게 담긴 반찬은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어머니는 태생부터 고운 얼굴에 성격까지 기품이 있어 평범한 시골 아낙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당신의 그런 깔끔하고 맵시 있는 성품 탓에 자식들 도시락도 명절날 손님상에 올리는 음식처럼 정성스럽게 싸 주셨다. 밥그릇과 국그릇 하나라도 색과 모양을 고려해 음식을 담았고, 나물 하나, 김치 한조각 조차도 엄마의 손길이 닿으면 더욱 소담스럽고 정갈해 보였다. 뿐만 아니라 당시 강화도에 하나 밖에 없던 요리학원에 다니며 새로운 음식에 대한 열정을 보였는데, 그 때 어머니가 요리학원에서 배운 음식들 중 우리에게 처음 선보인 것은 중국음식과 빵이었다. 자장면이 특별한 음식으로 취급받던 시절 어머니가 집에서 만들어준 자장면과 짬뽕은 그야말로 세상에 없던 맛이었다. 오븐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오는 빵 역시 볼수록 신기해서 어머니가 참으로 대단하게 보였다.

음식에 대한 열정이 크다 보니 집안에서는 늘 음식냄새가 끊이지 않았고 손님들도 북적거리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요술을 부리듯 뚝딱 음식을 해서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음식솜씨도 다른 재주처럼 타고나는 것인지 어머니가 하는 음식은 분명 뭔가 달랐다. 같은 음식인데도 어머니 음식은 맛은 물론이고 시각적인 즐거움이 있어 항상 특별해 보였다. 내가 전통음식에 빠진 것도 어쩌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기질과 타고난 감각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음식의 역사가 그렇듯 어머니는 할머니로부터, 할머니는 위 조상으로부터 계승되고 전승되어 내게 이르렀을 것이다. 더없이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기에 내림음식에 대한 가치와 자부심을 크게 느낀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러는 늦은 나이를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에게는 선조들 대대로 내려오는 사람을 살리고 치유하는 건강한 음식들이 많다. 그것들을 개발하고 재현해 내어 우리의 고급스런 음식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몇 년전부터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우리 음식 공부를 시작해 현재 기능보유자 과정을 수련중이다. 나의 스승님이신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님의 가르침은 가정주부에 그쳤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시어 내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열정을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면 분명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최고의 전통음식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그러한 큰 소망의 결실로 나는 고향 강화도에 전통음식 체험장을 건립할 꿈을 꾸고 있다. 체험장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음식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가치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예찬을 하며 좋은 음식에 대한 안목을 높여줄 것이다. 끝으로 음식이 곧 사람이고 마음이라 말씀하셨던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님과 이명숙 원장님, 내 어머니께 머리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늘 나를 위해 기도해 주고 후원을 아끼지 않는 남편과 바쁜 엄마를 이해해주는 사랑하는 딸 소희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